티스토리 뷰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바꿀 수 있다

 

🔬 1. 고정된 유전자, 유동적인 표현: 후성유전학의 발견

사람마다 다른 체질과 체중, 식습관 반응은 많은 경우 유전자에 의해 설명됩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우리가 단순히 ‘유전자대로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바로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발견 덕분입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느냐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즉, 유전자는 신체의 설계도일 뿐이며, 어떤 부분이 실행되느냐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선택에 크게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FTO라는 비만 관련 유전자가 있더라도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지속할 경우 체중 증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생활 습관이 다르면 체중이나 대사 건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전자는 우리 몸의 잠재력일 뿐, 그것이 실제로 나타나는지 여부는 환경이 결정합니다.

 

🥦 2. 식습관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

식습관은 유전자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환경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정 음식이 어떤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메커니즘은 이제 과학적으로도 상당 부분 입증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지방·고당분 식단은 체내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이나 비만 유전자와 연관된 경로를 자극합니다. 반면,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지방 대사를 활성화하는 유전자의 작동을 촉진합니다. 대표적으로 PPARγ 같은 지방 대사 유전자는 불포화 지방산이나 식물성 영양소에 반응해 활성화되며, 체내 에너지 균형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절하도록 돕습니다. 즉, 유전적 체질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식습관은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요소이며, 매일의 선택이 누적되어 유전자의 작동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 3. 수면과 스트레스, 유전자의 감정 회로를 바꾸다

많은 사람들이 체중 증가나 건강 문제의 원인을 ‘식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면과 스트레스 역시 유전자 발현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수면 부족은 식욕 조절과 관련된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포만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듭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상승하면서 지방을 복부에 집중적으로 저장하도록 유도하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됩니다. 이는 특히 FTOMC4R처럼 식욕과 에너지 저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자극해, 감정적 폭식이나 야식 패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반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명상이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면, 이러한 유전자들의 부정적 발현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유전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유전자를 어떤 환경에서 ‘작동’시키느냐가 핵심인 셈입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생활 방식 또한 건강 유전자 활성의 환경 조건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4. 행동이 바꾸는 유전적 운명: 희망은 환경에 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운동은 지방 대사와 인슐린 민감도, 염증 반응 등과 관련된 수많은 유전자의 작동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UCP1 유전자를 자극해 열 발생과 지방 연소를 촉진하며, 근력 운동은 PPARGC1A 유전자 경로를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기능을 향상시킵니다. 이는 곧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체중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일관된 생활 패턴, 건강한 인간관계, 긍정적인 사고방식 역시 신경전달물질과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경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조절하는 손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유전적 운명을 새롭게 쓰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내 몸은 타고난 대로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환경을 선택함으로써, 유전자를 넘어설 수 있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