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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탓 아닌 유전자 탓

살이 잘 안 빠지는 사람들은 종종 “나는 원래 체질이 그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이 ‘체질’이 단순한 생활습관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생물학적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태어날 때부터 몸의 에너지 사용 방식, 지방 저장 구조, 식욕 조절 능력 등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다이어트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의지력 부족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신호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이제는 체질을 탓하기 전에 유전자적 요인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더 과학적인 접근입니다.

살 안 빠지는 체질? 사실은 유전자 때문일 수 있습니다

식욕과 포만감 유전자

음식을 먹었을 때 언제 포만감을 느끼는지, 또는 얼마나 자주 허기를 느끼는지는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이는 단순히 식습관이나 성격이 아니라 식욕과 포만감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표적으로 FTO 유전자식욕을 자극하고 포만감을 늦추는 기능을 하며, 이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을 경우 끊임없는 허기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MC4R 유전자는 뇌의 포만감 중추와 연결되어 있어, 이 기능이 떨어지면 배가 부른 신호가 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항상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식사량을 줄이라는 조언이 무의미할 수 있으며, 유전자에 맞는 식사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열을 잘 못 내는 몸

살이 빠지려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은 몸 자체가 열을 잘 발생시키지 않는 구조일 수 있습니다. 이는 UCP1 유전자와 관련이 있으며, 이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갈색지방세포의 열 발생 능력이 떨어져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게 됩니다. 같은 활동량을 유지하더라도 에너지 소모가 적고, 그만큼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체온이 낮은 체질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며, 따뜻한 환경에서도 몸이 에너지를 아껴 쓰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운동보다 기초대사를 올릴 수 있는 전략, 체온 유지, 근육량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유전자에 의해 대사 능력이 제한된 사람은 평균적인 다이어트 방식으로는 결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지방을 잘 저장하는 몸

일부 사람은 지방을 저장하는 효율이 매우 높은 몸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는 PPARG 유전자와 관련 있으며, 이 유전자가 특정 방식으로 변이되어 있으면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문제는 이 지방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방세포는 한 번 생기면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단지 크기만 줄어들 뿐입니다. 이 유전자가 발현된 사람은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게 되며, 다이어트를 멈추는 순간 곧바로 요요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런 체질에는 고단백·저탄수 식단, 지방 저장 억제를 위한 식사 패턴 조절, 호르몬 균형 유지를 위한 생활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는 타고난 지방 저장 설계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가능한 전략입니다.

 

운동 효과가 낮은 유전자

운동을 해도 살이 잘 안 빠진다면, 그것은 운동 효과가 낮은 유전자 때문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DRB2 유전자지방을 운동 중에 얼마나 잘 분해하는지를 조절하며, 변이가 있을 경우 지방 연소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ACTN3 유전자는 근육 생성 및 반응성과 관련이 있어, 이 유전자가 비활성형이면 근육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기초대사량이 증가하지 않는 체질이 됩니다. 이런 사람은 같은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는 속도가 느리고,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육량을 늘리는 저항운동, 짧고 강한 고강도 운동(HIIT), 운동 후 회복을 최적화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운동이 안 맞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맞는 운동을 찾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요요의 유전적 원인

요요 현상도 단순한 식습관이나 자제력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부 사람은 체중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이를 회복하려는 유전자적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LEP 유전자는 렙틴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며, 이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저항성이 있을 경우 지속적인 포만감 부족과 에너지 저장 신호가 강해져 다이어트 후 빠르게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또한 몸은 체중 감소를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사를 더욱 느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처럼 몸이 스스로 체중을 유지하려는 보호 본능이 유전자로 코딩되어 있다면, 다이어트는 더욱 어려운 싸움이 됩니다. 요요를 방지하려면 단순한 식단 조절이 아니라, 장기적인 체중 유지 전략과 대사 관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유전자 맞춤 전략의 필요성

이제 우리는 다이어트를 실패한 이유가 단순히 의지력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에 내장된 유전자가 살이 빠지지 않도록 식욕을 자극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지방을 저장하고, 운동에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의 대사 구조, 식욕 조절 능력, 운동 반응성, 저장 성향을 파악하면, 다이어트는 실패하는 싸움이 아닌 계획 가능한 도전이 됩니다. 유전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유전자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체중 감량과 건강한 삶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